위험한 착각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 중증질환자들이 임의로 약 복용을 조절해 복용되지 못한채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

ⓒ 전은주

 

신장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65세 박모씨. 그는 꾸준한 치료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되어 치료를 포기하고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것일까?

 

꾸준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자. 하지만 3명 중 1명이 임의대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조절한다고 한다. 특히 이들 중 절반이 증상악화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이렇게 극단적이고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자들을 지치게 하는 장기복용과 부작용

 

  ▲ [표] 중증질환 응답자 약 미복용 이유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KRPIA


바로, 환자들의 인식의 문제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와 함께 중중질환자 365명 대상으로 최초의 처방약 복용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 대부분의 중증질환자들이 약 복용에 대한 인식이 무뎌져 있었다. 특히 3명중 1명은 임의대로 약 복용을 조절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장기 복용자의 경우 자신의 병은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약을 먹으면 생기는 부작용을 두려워하거나 치료만 꾸준히 받고 약은 가끔씩 복용하지 않아도 자신의 증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의사의 처방이 아닌 임의대로 약 복용을 조절하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인 47.7%는 증상악화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약복용을 임의로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복용을 임의로 조절한다는 응답자 중 73.4%는 약 미복용 후 담당의사와의 상담이나 후 조치 없이 넘어갔으며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는 경우는 12.5%에 불과했다. 이 자살행위와 같은 위험한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나 본 사례자 중 34세 김모씨의 경우 만성골수백혈병 진단을 받고 표적항암제를 처방받았지만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고 띄엄띄엄 복용하는 등 약복용을 게을리했다. 4년 후 그의 병은 더 악화되어 다음 단계의 신약을 처방받았지만 이마저도 약복용을 지키지 않아 결국 조혈모세포(골수)이식 수술을 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어리석음에 반성하며 지금은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치료를 하거나 약을 재복용 함으로써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56살의 권모씨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하루 4알(400mg)씩 8개월 동안 복용한 후 의사가 치료성적이 아주 좋다고 해서 환자는 다 나은 줄 알고 임의로 2알(200mg)로 줄여서 5개월 동안 복용했는데, 내성이 생겨 2차 치료제인 '스프라이셀'로 변경했으나 부작용이 너무 심해 복용 중단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대목동병원 성주명 교수는 "환자들이 임의로 약복용을 조절한다는 데이터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 워낙 오랫동안 많은 양의 약을 먹는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의사가 처방을 할 때는 그 약이 중요한 약이고 정시에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처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 며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을 경우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조혈모세포(골수)이식 수술을 한 환자들은 특히 모든 치료과정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의료 현실의 변화와 인식의 개선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막을 수 있을까? 첫째로, 처방약에 대한 의사의 적극적인 설명 및 지도가 필요하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질환에 대한 처방만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치료와 별개 되는 처방약에 대한 효능, 처방약을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일에 대해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의사의 짧은 한 마디라도 환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의 무게감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큰 병원에 있는 뛰어난 의사가 명의가 아니라 동네 의원의 의사라도 환자가 처방된 약을 제대로 먹게 해줄 수 있는 의사가 명의인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인식 개선과 노력이다. 환자 자신이 스스로 약 복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의사의 처방을 믿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알람과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해 약복용을 잊지 않는 실질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중증질환은 분명 감기와 다른 것이다. 물론 경한 질환의 경우에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중증질환은 더더욱 의사의 처방이 필수이고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환자들은 증상이 완화되거나 오랫동안 치료를 받다보면 약복용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니 감기처럼 자신의 질환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오랫동안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준전문가라는 착각에 빠져 의사보다도 자신을 더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자살행위, 자신을 사지로 모는 바보 같은 착각이다.

 

의사들이 약복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환자 자신들이 인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계속 될 것이고 피해자 아닌 피해자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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