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순응도 개선 '락(樂)&약(藥) 캠페인'

기사 관련 사진
  약은 모두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한다.
ⓒ 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 있어 대부분의 국민은 약값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일주일치 약을 지어 효과가 없으면 한 주치를 더 지어먹으면 된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불규칙한 식사만큼이나 불규칙한 약 복용이 흔하게 이뤄진다. 

최근 의약업계의 최대 화두는 한 달치 약값이 천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항암제들이다. 한 알로 치면 17만 원. 다행인 것은 약의 효능 역시 가격에 어울릴 만큼 뛰어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효능이 언제나 100%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한 시간 단위로 치밀한 복용을 하지 않고는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모두 언젠가 상상도 못할 가격의 약을 먹게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확히 시간을 엄수해 복약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언젠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아차! 헷갈릴 때마다 아찔한 경험의 반복

김태완(60, 가명)씨는 15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는 매번 1회분의 약 봉투마다 날짜와 시간을 적어놓아 항시 정확한 시간을 지켜 복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의 아찔한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된 기술이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약을 제 시간에 복용했다. 그런데 매일 똑같이 생긴 약 봉투를 뜯다 보니 기억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한번은 어제의 기억을 오늘의 것으로 착각하고 복약을 거르고 말았다. 무언가 빼먹은 듯 찜찜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복약을 놓쳤더라도 겨우(?)  고혈압 약이라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몸이 급속히 처지기 시작했다. 쓰러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집으로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에 깜빡깜빡 졸음까지 오면서 위태로운 귀가 상황이 이어졌다. 겨우 주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누웠을 때 복약을 걸렀다는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이후로도 이 같은 상황은 1년에 한두 번씩은 반복됐다. 

위의 사례는 가장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복약 깜빡하기' 사례이다. 다행히 이 환자는 현재는 올바른 복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볼 기회조차 없었던 사례도 존재한다.

권동완(56, 가명)씨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 받고 1차 치료제로 표적항암제를 하루 4알씩 8개월 동안 복용해왔다. 담당의사는 중간 검사결과를 보고 "치료성적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권씨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4알 먹어서 효과가 이 정도면 2알만 먹어도 버틸만 하겠네'라고 여긴 권씨는 스스로 복용량을 두 알로 줄여 5개월 동안 복용했다. 

그 선택의 결과는 권씨의 예상과 너무 달랐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백혈병의 진행상태가 나빠졌다. 어쩔 수 없이 의사는 2차 치료제로 처방을 변경했다. 하지만 환자는 새로운 약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고 복용을 중단해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 

이 두 사례는 결과는 상반되지만 한 가지 공통된 교훈이 있다. 약이 사람을 살리는 데는 약을 제조한 사람의 노력만큼 먹는 사람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복약 순응', 앱이 도와드려요!

'복약 순응도'는 환자가 약물 복용 시 처방에 잘 따르는 정도를 말한다.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비순응'할 결우 치료 효과가 반감되고 해당 질병으로 야기될 수 있는 관련 합병증이 쉽게 생긴다.

기사 관련 사진
  지난 16일 토요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약 제대로 복용하기-락(樂)&약(藥) 캠페인’ 서포터즈 '반딧불이'가 시민들에게 캠페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 환자단체연합회·KRPIA

관련사진보기


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 16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약 제대로 복용하기-락(樂)&약(藥) 캠페인'을 개최했다. 일명 '복약 순응도 개선' 캠페인을 통해 환자들의 정확한 약 복용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합병증 예방 등 치료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캠페인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약 복용을 해야 한다면 알람시계, 요일제 약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 어떤 것을 이용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시민들이 보드 위 선택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환자단체연합회와 KRPIA가 공동으로 개발한 '꼬박꼬박 복약알리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현장에서 설치해, 인증하는 시민에게 상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환자단체연합회와 KRPIA는 복약을 돕는 보조도구 개발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복약도우미 '꼬박꼬박 복약알리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2014년 5월부터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안드로이드 버전 '꼬박꼬박 복약알리미' 애플리케이션에 이어 지난 5월 초 아이폰 버전이 출시돼 환자 및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기사 관련 사진
  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서 공동으로 개발한 ‘꼬박꼬박 복약알리미’ 어플리케이션
ⓒ 환자단체연합회·KRPIA

관련사진보기


주요 기능으로는 기본적인 복약시간 알람 설정 기능과 함께 위젯 방식으로 상시적 복약상태 확인 기능, 그리고 최현정 전 MBC 아나운서의 재능기부를 통한 10가지 알람소리와 직접 녹음한 벨소리를 포함해 다양한 알림 방식을 구현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그 외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유사 질환 환자들 사이에 연대감을 형성해 전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향상시키는 기능도 들어가 있다. 

또한 이날 캠페인에서 '락(樂)&약(藥) 캠페인'의 핵심 표어인 '올바른 환자(Right Patient)는 올바른 약(Right Medication)을 올바른 시간(Right Time)에 올바른 용량(Right Dose)으로 올바른 경로(Right Route)를 통해 복용해야 한다'는 약 복용 원칙 5-Rights 내용을 홍보하면서 부채 선물을 함께 전달했다.

잘못된 복약, 합병증 일으키고 국가 재정까지 낭비

기사 관련 사진
  복약순응도 실태조사
ⓒ 환자단체연합회·KRPIA

관련사진보기


락(樂)&약(藥) 캠페인에서 중증질환자 365명 대상으로 실시한 처방약 복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물치료가 중요한 중증질환을 가진 우리나라 환자 3명 중 1명(35.1%)은  약 복용을 임의로 1회 이상 중단했던 경험이 있었다. 또한 환자 4명 중 1명은(24.7%)가 '약'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질환의 경우 비순응 현상이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한국의료패널 자료에 따르면 거의 평생 약을 복용해야하는 고혈압과 당뇨, B형간염 등의 경우 복약순응도가 특히 떨어졌다. 정해진 대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 비율이 수년간 85%대에 머물러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복약순응도가 단순히 국내에서만 낮은 것은 아니다. 제약 산업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복약 비순응 환자들로 인해 소모되는 비용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캡제미니 컨설팅(Capgemini Consulting)과 헬스프라이즈 연구소(HealthPrize Technologies report)에서 2011년 공동으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낮은 복약순응도로 인해 낭비되고 있는 비용은 최대 약 1880억 달러(약 206조 원)로 보고됐다. 

전 세계적으로는 5640억 달러(약 6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비순응 환자들이 약제 내성 및 부작용으로 겪게 되는 합병증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약제비용을 말한다. 

이렇듯 낮은 복약순응도는 보건재정 낭비로도 연결된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소모비용을 민간실손보험사와 환자들이 나눠 부담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건강보험이 국민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형태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모든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된다.

기사 관련 사진
  (좌) 자외선 차단, 캡슐 오픈 시 요일표시 변경 등의 기능을 갖춘 365안심약병 광고(제일테크), (우)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약의 크기를 줄여 출시된 아모잘탄정(한미약품)
ⓒ 좌-제일테크/우-한미약품

관련사진보기


이에 따라 최근 의약업계 전반에 걸쳐 만성질환 관련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에 잘 넘어가는 축소제형 약, 물 없이 삼키는 약, 요일제 약병 등이 출시되었다.

단국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질병의 극복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처방도 환자가 복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의사들도 '진단, 처방했으니 끝!'이 아니고 자세한 설명과 교육을 통해 질병에 대한 환자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처방한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라며 복약순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승태완 기자]

[출처 : 오마이뉴스]

신고